도를 지나친 에너지공기업의 ‘방만 경영’ 실태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10-06 22:36:23 댓글 0

에너지공기업의 방망 경영이 도를 지나친 수준이다. 수십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뭇매를 맡고 있는 와중에 경제성평가를 조작하는가하면 일부 직원들은 자원외교를 핑계 삼아 해외 출장 나갈 때 관련법 규정까지 어겨가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감사원에서 제출받은 ‘자원공기업 해외자원개발 경제성평가 현황’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공사가 경제성평가를 조작해 처음부터 하자있는 사업에 무모한 투자를 벌였다. 감사원은 이들 공기업의 169개 해외자원개발에 36조원을 사용하고 추가재원 47조원이 필요한데다 당장 2019년까지는 22조7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부채율은 석유공사 320%, 가스공사 277%, 광물자원공사 692%로 예상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의 대표적 실패사례인 날(NARL)의 경우 2009년 10월 리스크관리위원회 에서 조사한 날 포함 하베스트 IRR은 5.0%였다. 공사 내부기준인 ‘해외유전개발사업 평가기준 및 투자의사결정 절차’의 개발생산사업 할인율 8~10%보다 낮았다. 하지만 단 하루만인 2009년 10월 27일 제241차 석유공사의 경영위원회에서는 IRR이 8.3%로 기재된 안건이 통과됐다. IRR을 규정에 맞추기 위해 단 하루만에 3.3%나 수치가 늘어났다.
가스공사도 캐나다 우미악 가스전의 IRR을 9%에서 10.7%로 부풀렸으며, 광물자원공사는 볼레오 사업에서 동과 코발트 가격을 임의로 높게 적용해 IRR을 5.36%에서 8%로 조작했다. 박 의원은 “시작부터 하자를 가지고 무모하게 추진했던 자원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IRR조작은 명백한 위반행위로 국민혈세를 낭비시킨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원외교 실패로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 에너지 공기업의 직원들이 자원외교를 핑계로 해외출장 나갈 때 관련법 규정까지 어겨가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 혈세를 낭비했다.
같은 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관 55개 공공기관의 여비규정과 해외출장기록을 분석한 결과, 18개 기관의 직원들이 2008년부터 또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해외출장 때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 실적은 총 2446회이고 소요비용은 13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전력기술은 임원이 아닌 본부장과 1급 직원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내부규정을 만들어 2008년부터 지금까지 479회에 걸쳐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며 27억원을 사용했다. 한전원자력원료는 임원 외에도 본부장, 단장, 원장들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내부규정을 만들어 383회 이용하며 25억원을 사용했다.
또한, 국제회의에 회사 수석대표로 파견되는 경우에는 임직원을 가리지 않고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자원개발에 필요한 차입금의 이자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1조610억원이나 지불한 한국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동안 1급 처장들이 326회에 걸쳐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며 18억원을 사용했다.
또한, 부채가 59조원(2015년 6월)에 달하고 이자비용으로 매년 1조4000억원(2014년도)씩 나가고 있는 한국전력도 1급 직원들이 2011년부터 현재까지 5년 동안에 404회에 걸쳐 비즈니스를 이용하며 18억원을 사용했다. 부채가 27조에 달하고 ‘원전마피아’로 불리며 온갖 사고와 비리의 온상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직원들이 2008년부터 266회에 걸쳐 비즈니스를 이용하며 14억원을 사용했다.
또한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차입금의 이자로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지불하는 이자가 3426억원에 달하는 광물자원공사의 직원들도 같은 기간 동안 65회에 걸쳐 비즈니스를 이용하며 5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했다. 2008년부터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차입금의 이자가 2조5214억 원에 달하는 석유공사는 2013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만 자료를 제출했는데, 직원들이 20개월 동안 76회에 걸쳐 비즈니스를 이용해 3억5000만 원을 사용했다.
이를 단순 계산해 2008년부터 추정하면 17억원에 달하는 금액이고, 한창 해외자원 확보에 열 올리던 때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3년 광물자원공사의 금속사업처장은 페루 출장으로 비즈니스를 이용하며 1793만원을 지불하는 등 5회에 걸쳐 4985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광물자원공사는 페루의 마르코나, 로느몬트 사업유지를 위한 경비로 670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임원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고, 그 외 직원은 이코노믹 클래스를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여비규정(대통령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주 의원의 주장이다. 주 의원은 “부채가 163조원에 달하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핑계로 해외출장을 다니면서 한 푼이라도 아낄 생각은 않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다녔던 것은 모럴해저드와 방만 경영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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