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타민 과용시대 ‘집중해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11-06 04:22:28 댓글 0
▲ 비타민c메가도스 비타민d3

바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비타민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는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웰빙 바람과 함께 비타민이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주목받으면서 고용량의 항산화 비타민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곳곳에 비타민 전문매장이 생겨나고, 종합 비타민이 주류를 이루던 비타민 시장이 이제는 기능별로 세분화되고 있다.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고용량의 비타민이 감기를 예방하고 다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표는 고용량 ‘비타민 C 열풍’을 일으켰다. 스스로도 매일 3000mg의 비타민 C를 복용하고 위암을 앓았던 부인 역시 권장량의 100배가 넘는, 하루 1만mg의 비타민 C를 복용했다고 한다.
최근 식품매장의 음료코너를 꽉꽉 채우고 있는 ‘마시는 비타민’은 이러한 비타민 열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음료수가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문제점은, 경쟁적으로 용량도 늘어났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하루에 한두 병쯤은 아무 생각 없이 마신다는 것.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하면 일단 비타민 영양제부터 선택하는 사람들. 왠지 그렇게 해야만 건강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과연 내 몸의 증상들은 비타민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비타민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서울대 이왕재 교수는 비타민C가 결핍될 경우 그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비타민 C와 스트레스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쥐들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한 뒤 세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일반 사료만을 먹이고, 다른 한 그룹은 레몬 추출액 그리고 나머지 한 그룹은 비타민 C를 먹인 후 15일 동안 관찰했다. 실험결과, 레몬과 비타민 C를 먹인 쥐와는 달리 일반 사료만을 먹인 쥐는 활동성이 크게 줄더니 결국 죽고 말았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스트레스와 싸운다. 그런데 이 아드레날린 분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재료가 바로 비타민 C다. 비타민 C를 공급해 주지 않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지 않고 이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항산화 비타민 중 특히 비타민 C의 효능은 상당하다. 고용량의 비타민 C를 섭취할 경우 심장병을 줄일 수 있으며 당뇨 합병증을 억제하고 다발성 관절염과 조산을 예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타민 C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비타민 C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이안 블레이어 교수는 비타민 C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장점으로 갖고 있지만 과용을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비타민 C가 유용한 영양소이기는 하지만 용량이 초과될수록 DNA 손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비타민 C를 과다복용하게 되면 비타민 C가 지질을 분해해 DNA 손상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을 만든다. DNA가 지나치게 손상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므로 굳이 해가 될 수 있는 비타민 제제를 따로 더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블레이어 교수는 강조한다.
비타민의 효과와 부작용을 입증하기 위한 수많은 상반된 연구결과들은 의료계와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미국 메인 주립의대 캐서린 페어필드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여러 비타민 연구결과들을 통합하여 분석한, 이른바 메타분석 결과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의학협회지 JAMA에 발표했다. 여기서 페어필드 교수는 비타민 C와 심장병 예방과는 연관이 없으며, 비타민 C가 암 발생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역시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비타민의 종류에 따른 권장량은 비타민 결핍을 초래하지 않는 최소한의 양을 말한다. 성인병이나 노화를 막아주는 적극적인 의미의 비타민 섭취량이 아니다. 또 비타민은 종류나 복용방법에 따라 효과가 다르며, 일부는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수용성 비타민과 지용성 비타민은 복용법이 서로 다르다. 수용성 비타민에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8종류와 비타민 C가 있는데 이들은 물에 쉽게 녹고 체내에 소량만 저장되므로 더 많이 섭취할 필요가 있다. 반면 비타민 A·D·E·K는 지방에 녹지만 물에는 녹지 않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이들은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고용량 복용 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과용’이 지나쳐 ‘허용치’를 넘어서면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용성 비타민은 가급적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복용하여 흡수를 높이되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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