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충격을 막기 위해 유가 상한제 도입과 정유사 담합 엄단을 공개 지시하던 시기,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휘발유 공급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가격결정부서장을 구속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지만, 시장에서는 "실무자 한 명에게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라 누가 가격 인상을 결정했고 누가 이를 승인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정유업계의 담합과 매점매석, 사재기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나아가 과도한 석유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최고가격제 도입까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국제유가 급등이 서민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실상 공개 경고를 보낸 셈이다.
그러나 정유업계의 움직임은 정부 기조와 정반대였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첫째 주 HD현대오일뱅크의 보통휘발유 공급가격은 전주보다 176.4원(10.9%) 급등한 리터당 1794.3원을 기록했다.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큰 인상폭이다. 같은 기간 정유 4사 평균 인상률인 9.3%를 웃돌았다.
국제유가 상승이 공급가격 인상 요인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문제는 가격을 올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얼마나 공격적으로 올렸느냐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도 당시 공급가격은 전쟁 직후 곧바로 급등했다. 정부가 유가 안정을 외치던 순간 정유사들은 수익 방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의사결정 구조다.
검찰은 가격결정부서장을 구속했지만 업계에서는 공급가격 결정이 실무선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급가격은 수천억원대 수익과 직결되는 핵심 경영 사안이다. 리터당 몇십 원 차이만으로도 실적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최고경영진 보고와 승인 없이 결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실무자가 무엇을 했는가"보다 "누가 가격 인상을 지시하거나 승인했는가"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송명준 사장과 정임주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당시 가격 인상 과정과 시장 상황에 대해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이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격결정부서장 구속만으로 사건의 실체가 규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칫 '꼬리 자르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결정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것은 회사인데 책임은 실무자에게만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재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의 담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단순히 실무 책임자 처벌에 그친다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유가 안정과 담합 엄단을 주문한 시기에 정유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끌어올렸다면, 그 배경과 의사결정 라인을 끝까지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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