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사고 버리는 새 제품들은 제조, 운송, 폐기 전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특히 유행에 따라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패션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가구당 수개월 치 사용량에 달하는 약 2,500L의 물이 소비된다. 서울시 1인 가구의 하루 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약 276L이므로, 1인 가구가 약 9일 동안 사용하는 양과 비슷하다. 청바지 한 벌을 제작할 때도 약 33kg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자동차 111km 주행 시 배출량과 맞먹는다.
반면 중고 거래는 이러한 자원 소모를 원천 차단한다. 국내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지난해 12월까지 9년간 이뤄진 중고거래와 나눔을 식수 효과로 환산했을 때 약 4억 5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작아진 아이 옷, 몇 번 입지 않은 패딩 등을 버리지 않고 이웃과 나누는 행위 자체가 거대한 ‘민간 자정 작용’인 셈이다.
최근 중고 시장의 진화는 의류나 도서를 넘어 가전제품과 가구 등 대형 폐기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자제품은 내부에 희토류, 구리 등 광물 자원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폐기 시 토양과 수질 오염을 유발하기 쉽다. 최근에는 성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중고 가전이나 미세한 흠집이 있는 ‘리퍼브(Refurbish)’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하던 가전들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되고 있다.
마을 주민자치 공간이나 동네 리필 스테이션 등 로컬 거점을 중심으로 중고 물품 장터가 주말마다 활성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중고 시장의 활성화가 소비자들의 인식을 ‘소유’에서 ‘순환’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면 버릴 때까지 소유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나에게 쓸모가 다하면 이웃에게 보낸다’는 순환형 사고가 정착됐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러한 민간 중심의 자원순환 움직임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중고·리필 매장 입점을 의무화하거나,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 실적에 따라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포인트’를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된다면 자원순환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내가 사용한 물건의 숨통을 틔워 두 번째 수명을 불어넣는 중고 거래는 기후 위기 시대의 지구를 지키는 가장 쉽도 아름다운 실천이다. 이번 주말, 집 안 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물건을 정리해 동네 중고시장이나 플랫폼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발걸음이, 지구의 온도를 맑게 정화하는 가장 건강한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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