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제조 대기업들은 연구개발과 생산기술 중심의 채용 구조를 유지하며 문과 인재를 사실상 지원·관리 직군으로 제한해왔다.
효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시장 분석과 브랜드 전략,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현지 문화 이해 등 문과 역량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채용에는 평소 인문학과 어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세대엔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있다"며 "변화를 읽어내는 힘, 롤러코스터 타는 타이밍을 읽어내는 힘은 인문학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이번 채용은 역설적으로 기존 인재 운영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뒤늦게 인문학적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AI 확산으로 단순 기술 역량의 희소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제서야 문과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시대 변화에 뒤처진 대응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더 큰 문제는 채용 이후다.
지금까지 국내 제조 대기업에서 문과 인력은 영업 지원이나 관리 부문에 배치된 뒤 핵심 사업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소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승진과 보상 역시 기술·생산 조직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문과 인재들이 조직 내에서 성장 경로를 찾지 못하고 이탈하는 사례도 반복됐다.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공채가 '인재 다양성'이라는 이미지를 위한 홍보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전략기획과 신사업, 해외사업 총괄 등 핵심 부문에서 문과 출신 인재가 중용되지 않는다면 이번 채용은 기업 홍보용 사례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효성그룹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16일 "문과생을 뽑는 것이 혁신이 아니라 문과 출신이 최고경영진과 핵심 사업부 의사결정 라인까지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짜 변화"라며 "채용 공고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인사와 조직 운영의 변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효성의 이번 시도가 진정한 인재 전략 전환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문과생도 뽑는다'는 선언을 넘어 '문과생도 회사를 이끌 수 있다'는 인사 시스템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공채는 시대 흐름에 뒤늦게 올라탄 보여주기식 실험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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