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인증샷 대신 ‘쓰레기 봉투’ 든다… ‘클린 산행’·‘줍킹’ 등산 트렌드

천지은 기자 발행일 2026-05-26 11:36:42 댓글 0
MZ세대 등산 열풍..환경 보호 가치에 ‘인증샷 문화’ 결합
장갑과 집게 챙기고, 등산로 벗어나는 행동 말아야
▲북한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등산이 2030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산행 문화에도 거센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달리는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이 국내 등산 문화와 긴밀하게 맞물리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산행 플로깅의 중심에는 가치소비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등산 열풍이 있다. 과거의 산행이 친목 도모나 체력 증진 목적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젊은 등산객들은 환경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에 ‘인증샷 문화’를 결합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클린산행, #줍킹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정상에서 쓰레기 봉투를 들고 찍은 힙한 인증샷이 공유되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아웃도어 업계와 지자체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K2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등산객들이 지속적으로 자원순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사용이 가능한 '클린 배낭'이나 생분해 쓰레기 봉투, 전용 집게 등을 담은 패키지를 배포하며 적극 장려하고 있다.


플로깅의 핵심 동작은 쓰레기를 줍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가 일어나는 자세인데, 이는 하체 근력을 단련하는 스쿼트 자세와 정확히 일치한다. 등산이 주는 강력한 하체 근력 강화 및 유산소 운동 효과에 플로깅의 전신 스트레칭 효과가 더해지면서 운동 강도가 배가되는 셈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효과도 크다. 도심과 달리 산속에 부주의하게 버려진 일회용 생수병,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등은 수거 차량의 접근이 어려워 오랫동안 방치되기 십상이다. 이는 산불의 원인이 되거나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등산객들의 자발적인 수거 활동이 국립공원과 지자체의 환경 관리 공백을 메우는 훌륭한 민간 자정 작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만 도심 플로깅과 달리 산에서는 경사와 거친 지형이 많아 안전 장비 선택과 행동 수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한 산행 플로깅을 위해서는 기본 장비를 갖추고, 수거 대상과 이동 동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안전한 산행 플로깅을 위한 필수 수칙은 먼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등산화를 착용해야 한다. 장갑과 집게도 반드시 챙겨 맨손 수거를 피하는 것이 좋다. 유리조각, 주사기, 금속 조각처럼 위험한 쓰레기는 직접 만지지 말아야 한다.

또한 무거운 폐기물은 무리하게 옮기지 말고 신고하거나 다른 수거 방식으로 넘겨야 한다. 비나 눈이 내린 뒤에는 노면 상태를 확인한 뒤 참여하는 것이 안전하다. 등산로를 벗어나 수풀 깊숙이 들어가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플로깅의 매력은 운동과 환경정화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주말 산행을 갈 때 집게 하나를 더하는 행동이 지금은 가장 손쉬운 지구의 자정 작용이 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거창한 준비 대신 작은 쓰레기봉투 하나를 배낭에 넣고 가까운 산에 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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